메이저리그 6월의 MVP 및 이달의 투수, 구원투수, 신인상
메이저리그의 6월 개인상이 발표됐다. 이달의 MVP에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아메리칸 리그의 오타니 쇼헤이와 내셔널 리그의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가 선정됐다. 이달의 투수에는 제임스 팩스턴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블레이크 스넬이 선정되었으며 이달의 구원투수는 각각 펠릭스 바티스타와 크레이크 킴브럴이 선정되었다. 이달의 신인에는 거너 핸더슨(볼티모어 오리올스)과 코빈 캐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선정되었다.
이달의 선수
먼저 아메리칸 리그 MVP는 의심의 여지 없이 오타니 쇼헤이다. 애런 저지가 부상 이탈 하면서 사실상 올해 전체로 봤을 때도 MVP 레이스를 독주하고 있는 오타니는 지난 6월, 그야말로 크레이지 모드였다. 네이버 뉴스에도 거의 매일 오타니 활약상이 헤드라인으로 올라올 정도였는데 한 달 동안의 성적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먼저 타석에서 타율 0.394에 15홈런 29타점을 기록했으면 OPS는 무려 1.444다. 참고로 월간 OPS를 6월의 오타니 보다 높게 기록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베이브 루스와 로저스 혼스비, 루 게릭, 조 디마지오라는 어마어마한 선수들 뿐이다. 6월 대폭발을 통해 오타니는 시즌 성적 또한 0.300 / 0.387 / 0.658로 끌어 올렸으며 31홈런 68타점으로 시즌 MVP로 손색이 없는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이미 MVP로 선정된 바 있는 2021년 보다 8푼이 높은 OPS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후반기에 대대적인 삽질, 혹은 부상만 없다면 생애 두 번째 MVP는 따놓은 당상인 것 같다.
내셔널 리그 '이 달의 선수' 역시 올해 다른 의미의 크레이지 모드를 선보이고 있는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가 차지했다. 아쿠냐 주니어는 한 달간 0.356 / 0.429 / 0.683의 슬래시 라인에 9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오타니에 비해서는 조금 떨어지는 성적이지만 아쿠냐 주니어의 가치는 도루가 더해진다는 것에 있다. (굳이 말하자면 수비도 있음) 시즌 전체 성적은 0.337 / 0.415 / 0.598로 양대리그에서 OPS 1.0을 넘긴 유이한 선수다. (오타니와 아쿠냐 주니어) 개다가 21홈런 54타점에 도루를 무려 41개나 기록하고 있어 시즌 40홈런 78도루 페이스다. 참고로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도루 70개를 넘기면서 홈런을 40개 이상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고 심지어 30홈런 이상도 없다. 아쿠냐 주니어가 40-70(혹은 80)을 달성한다면 비록 도루가 쉬워진 해이기는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 이상의 충격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달의 투수
아메리칸 리그 이달의 투수에는 제임스 팩스턴이 선정되었다. 팩스턴은 6번의 선발 등판에서 31이닝 18피안타 34탈삼진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74로 6년만의 이달의 투수를 차지했다. 한때 사이영상급 투수로 구분되던 팩스턴은 전형적인 인저리 프론으로 메이저리그 10년 동안 놀랍게도 규정 이닝을 채운 적이 한 번도 없다. 올해 역시 부상으로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전체 투구 이닝이 50이닝에 그쳤지만 지난 2년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이며 적어도 건강할 때는 에이스급이라는 것을 증명하고는 있다. 0.193의 시즌 피안타율과 0.96의 시즌 WHIP 모두 정상급 투수의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내셔널 리그 이달의 투수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블레이크 스넬이 선정됐다. 4번의 선발 등반에서 무려 31이닝을 투구했고 53탈삼진의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인 것이다. 0.87의 평균자책점과 0.68의 WHIP 그리고 0.124의 피안타율은 모두 경이적인 수준이다. 개인적으로는 스넬이 사이영상 시절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은 꽤 잘 던지고 있다. (물론 올해 피칭 모습을 아직 보진 못했다.) 하지만 9이닝당 4.5개의 볼넷은 역시 고질적인 제구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5월에는 마이클 와카가 6월에는 블레이크 스넬이 이달의 투수를 받았는데도 시즌 성적은 한숨만 나오는 샌디에이고...ㅠ
이달의 구원투수
내셔널 리그에서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크레이그 킴브럴이,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펠릭스 바티스타가 선정되었다. 크레이그 킴브럴은 한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로저였는데 개인적으로 '최정상급의 선수'가 '최전성기' 때 이렇게까지 푸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안타까워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애틀란타에서 거의 뭐 BJ업튼 처분용으로 공짜로 주다시피 해서 샌디에이고로 넘어갔고 1년만에 보스턴으로... 3년 뒤에는 FA 미아로... 참 안타깝다. 팀을 옮길 때마다 전년도 대비 성적이 크게 나빠졌던 걸로 봐선, 킴브럴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타입이 아닐까 추측한다. 어쨌든 현역 세이브 1위의 킴브럴은 이번에도 새로운 팀에서 첫 2달간의 적응 기간을 마치고 6월 한달간 13이닝 6피안타 21탈삼진으로 오랜만에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했다.
아메리칸 리그 이달의 구원투수상 주인공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펠릭스 바티스타다. 벌써 이번 시즌 두 번째 수상인데, 6월 한달 동안 10.2이닝 동안 0.84의 평균자책점과 2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바티스타의 놀랍도록 화려한 시즌 성적은 이제 38.2이닝 79탈삼진이 되었다. 이닝당 2.06의 탈삼진을 잡아낸 것인데 공교롭게도 전성기(2012년)의 크레이그 킴브럴이 이닝당 2개 이상의 삼진을 잡는 엄청난 구위로 집중조명을 받았던 선수다. 결국 킴브럴은 62.2이닝 116개의 탈삼진으로 1.86개에 그쳤는데 바티스타가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해의 킴브럴은 0.126의 피안타율과 0.65의 WHIP으로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바티스타가 투구하는 건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89마일의 스플린터 각이 어마어마 했었다. 89마일이면 우리나라 투수들의 직구 최고 구속 수준이다.
이달의 신인선수
내가 올해의 신인들을 잘 알지를 못해서 팩트만 간단하게 전달하자면, 아메리칸 리그의 이달의 신인선수상은 볼티모어의 거너 앤더슨이었고 0.320의 타율에 6홈런 16타점으로 매우 준수한 활약을 했다. 그동안 이 상을 독차지 했던 텍사스 레인저스 조쉬 영의 독주를 막은 것이다. 내셔널 리그 신인선수상은 코빈 캐롤이 차지했는데 0.291의 타율과 8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