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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MLB 플레이어

마이크 트라웃 부상자 명단 등재 + 오타니와 에인절스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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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트라웃

 

내가 메이저리그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클레이튼 커쇼와 마이크 트라웃을 꼽은 바 있다. 이 두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는 건 이 두 선수에 대한 글을 많이 올리게 될 거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두 선수를 좋아한다는 글을 올리자마자 클레이튼 커쇼가 왼쪽 어깨 부상으로 15일자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마이크 트라웃 마저도 어제 마찬가지로 15일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나로서는 메이저리그를 지켜보는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커다란 두 주체가 사라졌다. 하지만 비상이 걸린 것은 내가 아니라 LA 에인절스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 트라웃은 커리어 통산 기록 보다 1할이 낮은 OPS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올스타에 선발될 정도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다. (게다가 최근 15경기 동안 0.333/0.438/0.648의 오타니급 슬래시 라인에 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가뜩이나 트라웃의 전성기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에인절스에게 또 다른 커다란 고민이 던져진 것이다. 트라웃의 부상은 공식적으로 '손목 골절'이라 발표되었는데 통상적으로 4~8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한 부상이다. 에인절스가 컨텐더 팀도 아니고 그들이 월드시리즈에 도전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바로 오타니 쇼헤이의 존재가 문제다. 오타니는 타자로서 0.296/0.383/0.650의 슬래시 라인을 기록하며 31홈런 68타점으로 타자만으로도 MVP 레이스에서 독보적인데다가 투수로서도 어느 팀에서든 1선발을 차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투수 성적 - 평균자책점 3.32, 100.1이닝 67피안타 132탈삼진 0.189피안타율 1.10WHIP) 오타니는 이번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획득하는데 그동안의 언론 인터뷰에서 "이 도시와 팬들을 사랑하지만, 나에게는 더 많은 승리가 필요하다."는 말로 우승권 팀으로의 이적을 암시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마이크 트라웃의 부상 공백이 확정되자마자 미국 언론에서는 오타니의 이적 가능성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시즌 후 오타니를 잡을 여력이 없는 에인절스에게도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이야 말로 오타니로 인한 보상을 받을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워낙 전래 없는 선수인 터라 어느 정도의 대가가 필요한지 현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고, 단 3개월짜리 렌트 선수를 이번 시즌만 바라보고 팜을 거덜낼 팀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이미 5억달러 계약까지 말이 나온 오타니라는 선수를 잡을 수 있는 팀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2~3개에 지나지 않는다. 훨씬 더 적은 출혈로 데려올 수 있는 스타급 선수들이 속속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것이기 때문에 초조한 건 에인절스일 것이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와 트라웃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OPS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0.822의 브랜든 드루리고, 그 다음이 헌터 랜프로(0.751)이다. 트리플A를 씹어 먹고 올라온 조 아델(23홈런 55타점, OPS 0.956)이 트라웃의 빈자리를 메우게 되겠지만 아델은 이미 지난 3년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의 큰 괴리감을 보여준 선수이다. 원래대로라면 트라웃과 오타니의 뒤를 받쳤어야 할 앤서니 랜던은 여전히 거대한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에인절스 4년간 60경기 출전 시즌 없음. 두 자리 수 홈런 시즌 없음.) 개인적으로 2019년에 에인절스가 렌던과 계약했던 당시에...'엥?????' 했었다.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계약이었는데 (7년 2억4500만불)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마운드가 폭망 수준인 에인절스가 게릿 콜을 비롯한 우수한 선발 자원들을 놔두고 렌던을 선택한 건 트라웃의 짝을 찾기 위한 결정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에인절스의 암흑기를 연장하는 결과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 돈이었으면 준수한 선발 자원인 잭 휠러와 류현진을 둘 다 잡고도 5000만불 정도가 남았을 것이다. 잭 휠러는 에이스급 투수가 됐고, 류현진은 당시 사이영상 2위의 투수다.

 

에인절스 팬들은 트라웃을 못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픈데, 오타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하고, 렌돈을 3년 더 봐야 한다. 타일러 앤더슨도 다저스 시절 전으로 돌아가고 영입한 선수들과 유망주들은 터지지 않는다. 아마 올시즌 터진 텍사스 레인저스를 보면 배가 더 아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