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 다저스의 승부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에 계약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5억 달러도 오버페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소문으로 떠돌던 6억 달러를 넘은 7억 달러 계약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오타니의 연봉 총액 7억 달러는 2019년 마이크 트라웃이 기록한 12년 4억 2650만 달러를 넘어선 메이저리그 최대 규모이자, 미국 4대스포츠, 전세계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최대 규모다.

 

오타니 연도별 연봉

 

 

연봉 총액 7억 달러, 연봉 7000만 달러

총액 면에서나 평균연봉 면에서나 오타니의 계약은 메이저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다. 2023년 연봉 1위는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렌더로 4333만 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상당한 업적을 가진 노장 투수들에 대한 예우에 가까운 계약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계약기간이 3년, 2년으로 상당히 짧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 계약, 최고 투수 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 게릿 콜 두 선수의 연봉을 합한 거라고 볼 수 있다. 2024년 애런 저지는 4000만 달러, 게릿 콜은 36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최전성기(건강할 때)에 타자로는 애런 저지, 투수로는 게릿 콜의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는 오타니이기에 다저스는 이 같은 계약을 안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애런 저지 연봉과 뉴욕 양키스 선수단 연봉

 

고액 연봉자가 많은 LA 다저스에서도 7000만 달러의 연봉은 압도적인 1위인데, 심지어 2024년 무기 베츠, 프레디 프리먼, 크리스 테일러 세 명(팀내 연봉 2~4위)이 받는 연봉의 합이 7040만 달러이다.

 

2023년 기준으로 오타니의 연봉 7000만 달러 보다 낮은 팀 연봉총액을 기록한 팀도 두 팀이나 된다. (볼티모어, 오클랜드) 그 중 볼티모어는 오타니의 연봉보다 낮은 선수단으로 정규시즌 101승을 거두었다.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

오타니의 계약으로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을 갖추게 되었다. 무키 베츠-프레디 프리먼-오타니 쇼헤이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은 적수가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각각 32세-35세-30세에 접어들기 때문에 최고 기량을 선보일 기간이 몇 년 안 남았을 수는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오타니는 자신의 연봉을 지급 유예하는 것으로(자세한 조건은 알려지지 않음) 추가 전력 보강 가능성까지 열어 두었다.

 

 

 

 

세 선수는 모두 메이저리그 MVP 출신으로, 만약 클레이튼 커쇼까지 돌아온다면 다저스 로스터에는 4명의 MVP 선수가 포함된다. 참고로 2023년 오타니 쇼헤이는 아메리칸 리그 MVP를 차지했고, 무키 베츠는 내셔널리그 MVP 2위, 프리먼이 MVP 3위를 차지했다. 

 

 

다저스 주요 선수들의 수상 경력

이름	MVP	사이영상	올스타
오타니 쇼헤이	2회 (2021, 2023)	-	3회
무키 베츠	1회 (2018)	-	7회
프레디 프리먼	1회 (2020)	-	7회
크레이튼 커쇼	1회 (2014)	3회 (2011, 2013, 2014)	10회

 

 

 

우승청부사 오타니?

LA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가 합류하기 전에도 메이저리그 최강 팀이었다. 최근 5년간,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00승 이상을 거두었다. (2023년 100승, 2022년 111승, 2021년 106승, 2019년 106승)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20년을 제외하고는 챔피언십 시리즈를 밟은 것도 단 한 번에 그쳤을 정도로 (나머지는 디비전 시리즈 패배) 단기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케팅적인 요소를 차치하고 전력면에서만 봤을 때, 오타니에게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정규시즌 승수를 100승에서 110승으로 올리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오직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정규시즌 최고의 선수가 포스트시즌 최고의 선수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2023년 최강 타선이었던 애틀란타의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와 맷 올슨은 나란히 침묵하면서 팀의 조기 탈락 원인이 되었다. 참고로 오타니 쇼헤이는 지금까지 6년간 LA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탓에 포스트시즌 경험이 전무하다. 포스트시즌의 오타니가 어떤 선수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애틀란타도 디비전 시리즈 탈락, 챔피언십 시리즈 대진 확정

 

LA 다저스는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 코리 시거의 크레이지 모드로 우승을 차지했다.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이 목표인 팀이... 당시 27세였던 유격수 코리 시거를 잡지 않지 않고(텍사스와 10년 3억 2500만 달러 계약) 29세인 지명타자 오타니를 두 배가 넘는 돈으로 잡은 건 좀 아이러니다.

 

최근 5년 월드시리즈 MVP

연도	이름	소속
2023	코리 시거	TEX
2022	제레미 페냐	HOU
2021	호르헤 솔레어	ATL
2020	코리 시거	LAD
2019	스테판 스트라스버그	WSH

 

 

 

 

오타니 계약의 리스크

메이저리그를 떠들썩하게 만든 오타니의 계약은, 그러나 상당한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오타니는 명실상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이지만 내년에 30세가 된다. 천하의 마이크 트라웃도 30세 시즌부터 온갖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32세 시즌인 올해 커리어 로우를 기록했다.

 

참고로 12년 4억 265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던 2019년에 트라웃은 오타니보다 두 살이 어렸으며 누적 스탯으로 홈런을 100개나 더 친 상황이었다. 트라웃도 이런데 제 아무리 오타니라 해도 30세의 몸이 이도류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두 번의 토미존 수술...

 

물론 전례 없는 이도류 커리어를 만드는 오타니이기에 두번의 토미존과, 30대의 이도류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는 있겠지만 정점은 이미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즉, 2023년의 모습에 다저스는 연간 7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참고로 오타니는 올해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10.0의 WAR을 기록했는데 투타 모두 정상급으로 활약한다 해도 그의 WAR 1당 700만 달러를 주는 꼴이 된다. 타자로 기록한 WAR은 6.0이므로 올해의 모습을 2024년에 그대로 보여준다 해도 WAR 1당 1166만 달러를 주는 것이다.

 

 

2023년 메이저리그 주요 선수 1 WAR당 연봉

이름	2023 연봉	2023 WAR	1 WAR당 금액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	1700만 달러	8.2	207만 달러
무키 베츠	2540만 달러	8.3	306만 달러
프레디 프리먼	2700만 달러	6.5	415만 달러
코리 시거	3550만 달러	6.9	514만 달러
김하성	700만 달러	5.8	120만 달러

 

 

코리 시거 올해 연봉 및 누적 연봉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 올해 연봉 및 누적 연봉

 

김하성 올해 연봉 및 누적 연봉

 

 

일각에서는 오타니 영입만으로 마케팅적인 효과가 있으며 유니폼 판매 등으로 벌어들일 돈이 연간 2500만 달러가 될 거라 추산한다. 하지만 이는 오타니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물론 오타니가 특유의 성실함으로 성공적으로 투수 복귀를 이뤄낼 수도 있다.)

 

다만 토미존 수술을 받은 상태에서 타격까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는 한다. 발가락 하나만 아파도 무너지는 게 타격 매커니즘이다. 실제로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으로 투수 시즌아웃이 확정된 이후 얼마 가지 않아 복사근 부상 때문에 타자까지 시즌 아웃되었다. 팔꿈치를 의식하게 되면서 다른 부위까지 무리가 오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다.

 

참고로 오타니는 첫 번째 토미존 수술 이후 회복 기간 동안 타자로만 나선 경험이 이미 있는데 이 기간이 커리어 로우 성적이었다. (2019년 OPS 0.848 / 2020년 OPS 0.657)

 

부담은 오롯이 다저스의 몫이 되었다. 물리적으로 오타니에게 줘야할 거액은 차치하고라도... 이렇게까지 했는데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감독, 프런트에게 온갖 책임을 물게 될 것이다. 매년 100승을 차지하던 다저스에 7억 달러의 오타니가 더해지면서 팀 최소한의 목표가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갖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