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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코리안 메이저리거

김하성 수비(DRS)의 가치, 잰더 보가츠 영입이 실패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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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들어서 김하성의 타격이 평균 이상으로 올라서긴 했지만, 김하성의 가치를 더욱 높게 만들어주는 것은 수비다.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었을 당시, 팀의 내야는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3루수 매니 마차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로 나름 잘 갖춰진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첫 해에는 비교적 만만한 크로넨워스의 포지션인 2루수로 구분되는 분위기였고 유틸리티 백업을 거쳐, 2022년에는 타티스 주니어의 징계를 틈타서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타티스 주니어의 징계가 끝날 무렵,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 손색이 없는 수비를 보여주고 있었고 이에 따라 유격수 포지션에서는 낙제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준 타티스 주니어(2021년 유격수 DRS -6)를 팀은 외야수로 전향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갑툭튀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30세의 잰더 보가츠를 무려 40세까지 보장해주는 11년 계약(2억 8000만)으로 붙잡으면서 리그 최고의 수비수인 김하성을 2루수로 전향시켜 버렸다. 183cm의 크로넨워스는 1루로 이동. (보통 1루수는 빅사이즈 선수들이 맡는다. 수비의 과정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하성의 연봉과 샌디에이고 선수단 연봉

샌디에이고는 올해 개막전 기준으로 메이저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연봉 총액을 기록한 팀이다. (1위 뉴욕 메츠, 2위 뉴욕 양키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인 LA 다저스(5위), 이번 시즌 극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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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S(Defensive Runs Saved)
해당 수비수가 평균적인 선수에 비해 시즌 동안 몇 개의 실점을 막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 +10 이상의 수비수는 대단히 훌륭한 수비수로 평가 받고 +15 이상이면 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 받는다.

 

이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인지, 그리고 쓸모없는 지출인지 증명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참고로 잰더 보가츠는 통산 DRS이 -53에 달하는 평균에서 한참 모자란 수비수다.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기 바로 직전 해에만 +5를 기록했을 뿐, 매년 어김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잰더 보가츠의 연도별 DRS
연도 DRS
2013 -1
2014 -10
2015 -3
2016 -10
2017 -11
2018 -8
2019 -9
2020 -4
2021 -5
2022 5
2023(8월 23일 현재) -3

 

반면, 지난 해 골드글러브 최종 3인에 올랐으며, 이름 값이 더 올라간 올해에는 2루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김하성의 연도별, 포지션별 DRS는 아래와 같다.

 

김하성의 연도별 DRS
연도 DRS
2루수 3루수 유격수 합계
2021 5 4 9 19
2022 출전기록 없음 2 10 12
2023 11 2 3 16
 

김하성의 성적과 메이저리그에서의 위치, 적정 연봉은 얼마일까?

어썸킴, 김하성이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추신수의 커리어 하이였던 2013년 시즌(OPS 0.885 / WAR 4.6)도 이미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지금 김하성의 성적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수준인지 만약 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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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유격수 포지션에서 상당히 훌륭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2루수로 강제 전향한 것은 김하성 본인에게도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유격수와 2루수는 맡는 업무가 비슷해 보이지만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슈퍼스타는 유격수에 더 많았다. 아직까지 유격수 포지션이 연봉 측정에서도 가산점이 있으며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2루수로는 꽤 준수한 수비수였던 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 DRS - 2021년 +5 / 2022년 +2)를 평균이거나 그 이하의 1루수로 만들어 버린 것(1루수 DRS - 2021년 +1 / 2022년 -1) 또한 샌디에이고 프런트의 무능이다. 김하성, 크로넨워스로 키스톤 콤비를 구축한 뒤에 보가츠 영입할 2억 8000만 달러로 거포 1루수를 영입해야 했다. 이번 시즌 최강자인 애틀란타와 LA 다저스의 1루를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샌디에이고가 한 일 중에 딱 하나 잘 한 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우익수로 전향한 것이다. 보가츠급의 유격수였던 타티스 주니어는 이번 시즌 최고의 외야수 중 한 명이다.

 

 

 

2023년 메이저리그 수비수 DRS 순위
순위 이름 DRS
1 달튼 바쇼 토론토 블루제이스 +20
2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19
3 김하성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16
4 패트릭 베일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6
5 스티븐 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16
6 라이언 맥마흔 콜로라도 로키스 +16
7 완더 프랑코 템파베이 레이스 +15
8 키브라이언 헤이즈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15
9 안드레스 히메네즈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13
10 케빈 키어마이어 토론토 블루제이스 +13

 

김하성의 DRS는 메이저리그 전체 내야수 중에서 단연 1위다. 수천만 달러를 받는 메이저리그의 모든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를 통틀어 김하성의 수비가 가장 많은 실점을 막았다는 것이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게다가 투수 입장에서는 김하성이 얼마나 고마울까?

 

오늘(8월 23일) 마이애미와의 경기 중에도 이런 장면이 나왔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정말 공교롭게도 말이다. 3회초 수비, 샌디에이고 에이스인 블레이크 스넬이 마운드에 있었다. 잘 던지던 스넬은 1사 후에 솔로 홈런을 맞았고,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상대 2번, 3번 타자에서 연달아 잘 맞은 안타를 내줬다. 이 중요한 순간에 스넬은 유격수 땅볼을 유도 했지만 잰더 보가츠가 엉성한 폼으로 1루에 악송구를 하면서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그리고 이어진 마이애미 5번 타자 가르시아의 타구가 이번에는 3루 김하성 쪽으로 갔다. 김하성은 까다로운 타구를 잡아서 1루에 정확한 송구, 아웃으로 만들었다. 이어진 두 개의 타구에서 보가츠는 최악의 결과를, 김하성은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투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잰더 보가츠의 실책이 나왔음에도 전부 자책점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자책점은 '만약 실책이 나오지 않았다면?'을 가정한다. 잰더 보가츠 쪽으로 간 타구는 내야 안타+송구 실책으로 기록됐다. (김하성이었으면 아웃으로 잡았을 타구였지만 암튼 그렇다.) 보가츠가 송구를 정확히 해서 세이프가 됐더라면 1사 만루가 되었을 것이다. -> 김하성 3루 땅볼에 1루 주자가 아웃 되었을 때 3루에 있던 주자가 홈을 밟았을 것이다. 즉, 어차피 실점할 것이었으므로 스넬의 자책점이다...라는 논리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연장 계약을 맺는 게 좋을까?

오늘 샌디에이고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경기는 팀이 '김하성 데이'로 정한 경기였다.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김하성 버블 헤드 인형을 선물했다. 이런 특별한 날, 김하성은 만루홈런을 포함한 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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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S가 왜 중요한지 글을 적고 있는 시점에 잰더 보가츠와 김하성이 직접 증명을 해보여줬다. 이쯤 되면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고 김하성을 2루로, 크로넨워스를 1루로,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만든 인물이 잘려야 하는 게 아닐까?

 

심지어 타격 성적에서도 잰더 보가츠(0.265 13홈런 42타점 OPS 0.732)는 김하성(0.280 17홈런 49타점 OPS 0.820)보다 못하다. 대체 김하성에게는 얼마를 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