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 스넬은 이번 시즌 가장 압도적인 투수이자, 가장 불안한 투수이다. 개인적으로 메이저리그를 30년 가까이 지켜보고 있지만 이런 유형의 투수를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지나치게 많은 볼넷 대비 지나치게 낮은 평균자책점)
블레이크 스넬은 현재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바로 이런 불안함 때문에 현지에서도 스넬의 사이영상 수상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한다. 스넬은 사이영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두 얼굴의 투수, 블레이크 스넬
스넬은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투수다. 몇 가지 기록만 보면 그렇다. 2.33의 평균자책점과 0.181의 피안타율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압도적인 1위이며 9이닝당 탈삼진도 11.74개로 스펜서 스트라이더에 이은 전체 2위다.
블레이크 스넬 이번 시즌 성적
승 | 패 | 평균자책점 | 이닝 | 피안타 | 탈삼진 | 피안타율 |
14 | 9 | 2.33 | 174 | 111 | 227 | 0.181 |
FA를 앞둔 이번 시즌 30세의 나이에 2018년에 이은 커리어 두 번째 성적을 내고 있는 스넬은 역시 FA로이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선 2년간 샌디에이고에서 보여준 성적은 팀의 3-4선발이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올해 김하성을 보기 위해 그 재미없는 샌디에이고 경기를 여러 차례 챙겨본 적이 있는데, 블레이크 스넬의 투구 모습을 보면서 압도적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너무 불안한 투수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경기가 끝나고 기록을 살펴보면 막상 준수했다.) 실제로 블레이크 스넬은 이번 시즌 가장 불안한 투수다.
블레이크 스넬의 불안한 성적
항목 | 스넬 기록 | NL 순위 |
9이닝당 볼넷 | 5.02 | 뒤에서 1위 |
이닝당 투구수 | 17.74 | 뒤에서 2위 |
총 투구수 | 3068 | 뒤에서 2위 |
와일드 피치 | 13 | 뒤에서 2위 |
블레이크 스넬은 전형적으로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다. 통산 9이닝당 볼넷이 4.10개인 선수인데 심지어 올해는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안 좋은 상태다. 그런 이유로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3,068개의 공을 던지고도 174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22위)
참고로 스넬보다 단 4개의 공을 더 던져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는 로건 웹은 무려 207이닝을 투구 중이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많은 공을 던진다는 것은 팀에는 무조건 악영향이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고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려진다.
실제로, 최근 스넬의 크레이지 모드가 나오면서 스넬 등판 경기에서 팀이 5연승 중이기는 하지만, 그 전까지 12승 14패를 당하면서 에이스라고 부르기에도 좀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 다섯 경기에서 스넬은 평균자책점은 0.4나 끌어내렸다.)
이렇게 제구도 안 잡힌 불안한 투수에게 사이영상을 주는 건... 상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참고로 최근 10년간 사이영상 수상자의 9이닝당 볼넷은 아래와 같다.
최근 10년간 사이영상 수상자
연도 | NL | AL | ||
이름 | 9이닝당 볼넷 | 이름 | 9이닝당 볼넷 | |
2013 | 커쇼 | 1.98 | 슈어저 | 2.35 |
2014 | 커쇼 | 1.41 | 클루버 | 1.95 |
2015 | 아리에타 | 1.89 | 카이클 | 1.98 |
2016 | 슈어저 | 2.21 | 포셀로 | 1.29 |
2017 | 슈어저 | 2.47 | 클루버 | 1.59 |
2018 | 디그롬 | 1.91 | 스넬 | 3.19 |
2019 | 디그롬 | 1.94 | 벌렌더 | 1.70 |
2020 | 바우어 | 2.10 | 비버 | 2.44 |
2021 | 번스 | 2.42 | 레이 | 1.83 |
2022 | 알칸타라 | 1.97 | 벌렌더 | 1.49 |
9이닝당 볼넷에서 5개를 넘긴 선수는커녕 4개를 넘긴 선수도 없고, 심지어 3개를 넘긴 선수도 딱 한 명 뿐이었는데 그것도 2018년의 블레이크 스넬이다.
팀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것을 넘어서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수상하려면, 압도적인 모습은 몰론 안정감 있는 투구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클레이튼 커쇼의 전성기 시절엔 같은 팀 타자들이 커쇼의 투구를 감상하느라 자신의 타석에 집중을 못해서 득점 지원을 못해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 가장 불안한 제구력으로 꾸역꾸역 자신의 성적만 좋게 관리하고 있는 블레이크 스넬이 사이영상 1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2023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
선수 | 팀 | 평균자책점 | 승 | 패 | 이닝 | 피안타 | 탈삼진 |
스넬 | SD | 2.33 | 14 | 9 | 174.0 | 111 | 227 |
스트라이더 | ATL | 3.73 | 18 | 5 | 176.0 | 133 | 270 |
센가 | NYM | 2.96 | 12 | 7 | 161.1 | 123 | 194 |
웹 | SF | 3.35 | 10 | 13 | 207.0 | 192 | 187 |
스틸 | CHC | 3.00 | 16 | 5 | 168.0 | 161 | 170 |
메이저리그는 올해, 인위적인 제도 수정을 통해 억지로 타고투저 리그를 만들어놨다. 견제 제한, 피치 클락, 시프트 금지, 이물질 검사 등 최근 굵직하게 일어나고 있는 제도 변경은 전부 투수에게 불리한 것들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전체 팀들의 경기당 득점은 2022년 4.28점에서 2023년 4.63점으로 급증했으며 전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 역시 2022년 3.96에서 4.34로 크게 상승했다. 2022년 19명에 달했던 시즌 평균자책점 2점대 투수가 올해는 고작 4명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런 와중에 2.3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스넬을 그만큼 높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스넬이 바뀐 제도의 수혜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수비 시프트 삭제에서 스넬이 얼마나 이득을 보고 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피치 클락의 도입은 스넬 같은 선수들에게는 득일 수 있다. 적게 던지는 선수와 많이 던지는 선수 간의 수비 시간 차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수비수들은 투구수가 20개 이상 늘어나는 이닝에도 수비 시간을 10분 이내로 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으므로 스넬 같은 선수들에게 이득이 된다.
스넬이 워낙 불안한 투구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간의 사이영상 2위급 선수들(2022년 맥스 프리드 14승 7패 2.48 / 2021년 잭 휠러 14승 10패 2.78 / 2020년 다르빗슈 8승 3패 2.01 / 2019년 류현진 14승 5패 2.32) 정도만 있다고 해도, 스넬의 사이영상 수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경쟁이 되는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평균자책점 한 가지로 스넬의 대항마였던 스틸은 최근 두 경기 12자책점으로 자멸했다. (2.49→3.00) 로건 웹은 승보다 패가 많으며, 센가는 어떤 기록에서도 스넬을 넘지 못한다.
그렇다면 유일한 경쟁자는 스펜서 스트라이더가 되는데,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한 번도 3.73 이상의 평균자책점으로 사이영상 수상자가 된 경우는 없다. 스트라이더가 혹시 남은 시즌 2경기에 출전해서 15이닝을 무자책으로 막는다면 3.43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데 그마저도 '대약물 시대'였던 2005년 바톨로 콜론(3.48)과 2001년 로저 클래멘스(3.51) 정도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블레이크 스넬의 사이영상 수상은 거의 확정되는 분위기이지만,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제구가 불안한 투수가 사이영상?'이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넬이 남은 두 경기에서 크게 무너지고 스트라이더가 3점대 중반까지 평균자책점을 낮춘다면 역전도 불가능하진 않아 보인다.
참고로 스트라이더 등판 경기에서 애틀란타는 24승 6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스트라이더가 크게 무너진 3경기(20실점)를 제외한다면 그의 평균자책점은 2.86까지 떨어진다.
블레이크 스넬은 거액의 FA 계약을 맺을까?
분명 샌디에이고는 별다른 기준이 없이 장기계약을 주는 팀이기 때문에 스넬과의 장기계약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은 30대 투수에게 거액의 장기계약을 내주는 건 상당히 위험이 따른다.
스넬은 3-4년 내에 구속 하락이 올 것이고 스터프가 약해진 그의 공은 더 많은 볼넷과 정타를 허용할 것이다. 현재 스넬의 페스트볼 평균 구속은 95.5마일로 메이저리그 상위 13% 정도에 해당하지만, 볼넷율 13.5%는 하위 4%이며(선발 투수 중에서는 상위 1%), 베럴 타구 허용율 또한 7.4%로 상위 41%에 그치고 있다.
에이스급 투수라고 볼 수 없는 성적이다. 오히려 올해 성적이 이해가 안 가는 수준....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 양대리그 사이영상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으면 몸값이 수억 달러까지 치솟을텐데... 어떤 팀이 데려갈지 상당히 우려스럽다!
샌디에이고는 왜 이렇게 못할까? 포스트 시즌 탈락 사실상 확정!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연봉 총액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다. (개막전 기준 / 1위 뉴욕 메츠, 2위 뉴욕 양키스) 물론 메츠와 양키스가 더 많은 연봉으로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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