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맞아 모처럼 김하성이 선발 출전하는 경기를 보려고 켰다가(볼티모어전) 시작부터 화가 났다. 초구부터 오심이라니... 화면으로 봤을 때 크게 빠진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콜을 넣는 주심을 보며, 며칠 전부터 떠오르기 시작했던 의심이 더 강해졌다. '김하성에 대한 판정에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오늘 경기 상대 선발 로드리게스의 초구(사진에 1이라고 적힌 부분) 오심에 대한 증거다.
그리고 내가 며칠 전부터 '오늘의 김하성'이라는 제목으로 매일 김하성의 활약상을 포스팅 하고 있는데 이제 고작 5경기의 포스팅을 했을 뿐인데 명백한 오심으로 인한 루킹 삼진 아웃이 벌써 2번이나 나왔다. 나는 김하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의심을 갖고 조만간 조사(?)를 해봐야겠다 싶었는데, 오늘 첫 타석의 초구부터 잘못된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는 걸 보고서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아래는 최근 다섯 경기 중 김하성에게 불리한 스트라이크콜로 루킹 삼진을 당한 두 경기다.)
오늘의 김하성 (8월 9일 시애틀전)
김하성은 오늘 경기 전까지 14경기 연속 멀티 출루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치로와 타이를 이루는 동양인 선수 출신 최다 기록이라고 한다. 동양인 출신 기록을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중요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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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김하성 (8월 13일 애리조나전)
뜨거웠던 샌디에이고 타선이 하루만에 팍 식었다. 샌디에이고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 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공동 3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물방망이 덕에 패배하면서 애리조나와의 승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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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김하성 차별에 대한 가설은 이렇다. 인종 차별이 아니고(MLB에서 금기시 되어 있음) 영어를 못하는 선수에 대한 차별이 아닐까 하는 것. 주심도 사람인지라 헷갈리는 공들이 있을 것이고, 포수는 프레이밍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주심을 속이기 위한 손장난을 반복한다. 헷갈리는 상황일 때 성질이 고약하기로 유명한 본토 선수와 판정 항의가 거의 없고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에 판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다.
김하성 스트라이크 판정 오심
결과적으로 이번 시즌 김하성이 타석에 있을 때, 김하성에게 불리한 주심의 볼판정(볼인데 스트라이크로 둔갑)이 무려 49회나 나왔다. 아래 자료는 mlb.com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이번 시즌 김하성이 받은 모든 스트라이크 콜이다. (헛스윙 제외) 이 자료를 통해, 보더라인 바깥으로 통과한 공 중에서 얼마나 많은 공이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 중 6회는 삼진 콜이다.
여기까지 확인했을 때의 나는 '역시 영어를 못하는 동양인 선수에 대한 차별'이라고 확신했다. 그 확신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판정이라는 건 환경에 따라, 구장에 따라, 낮밤에 따라 조금씩 갈릴 수 있는 것이므로 같은 팀에서 같은 날 뛴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확인해 보았다. 그러면 '주심의 성향'이라는 변수도 지울 수 있을 터였다.
2023년 샌디에이고 타자들의 볼 판정 오심1 (볼→스트라이크로 판정)
이름 | 오심 회수 |
김하성 | 49 |
후안 소토 | 45 |
젠더 보가츠 | 41 |
제이크 크로넨워스 | 35 |
매니 마차도 | 33 |
게리 산체스 | 29 |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 27 |
트렌트 그리샴 | 25 |
전반기 대부분을 하위 타선에서 출전한 덕에 타석 수는 팀내 5위(448타석)에 불과함에도 오심으로 피해를 본 회수가 가장 많다. (후안 소토는 519타석) 즉 김하성은 9타석당 한 번 꼴로 볼인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오심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2경기 중 한번에 해당될 정도로 많은 회수다.
김하성은 정말 판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걸까? 확인해 보기 위해서는 반대의 경우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스트라이크인데 볼로 판정되는 경우, 즉 타자가 이득을 보는 오심이다. 타자에게 이로운 오심의 경우 아래와 같다.
2023년 샌디에이고 타자들의 볼 판정 오심2 (스트라이크→볼로 판정)
이름 | 오심 회수 |
김하성 | 60 |
트렌트 그리샴 | 59 |
후안 소토 | 47 |
매니 마차도 | 43 |
젠더 보가츠 | 34 |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 32 |
제이크 크로넨워스 | 24 |
게리 산체스 | 15 |
음, 결과적으로 김하성을 볼 판정 오심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 49회의 오심으로 손해를 봤지만 반대로 60회의 오심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팀내에서 오심이 가장 자주 나오는 선수는 109회의 김하성이고 92회의 후안 소토가 뒤를 잇고 있는데, 타석에서 공을 많이 보는 선수들이 당연히 오심이 나올 가능성이 많아진다. (김하성은 타석당 투구수 4.3개로 NL 전체 2위)
반대로 가장 이득을 보고 있는 트렌트 그리샴의 경우에는 손해 25회, 이득 59회의 엄청난 편차를 보였는데 김하성(179cm)과 더불어 팀내에서 가장 키가 작은(180cm) 선수라서 그렇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스몰 사이즈 선수의 경우 스트라이크 존이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에 심판의 입장에서는 앞, 뒤 타석의 선수에 비해 스트라이크존이 상당히 타이트해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크로넨워스(손해 35회 > 이득 24회)나 게리 산체스(손해 29 > 이득 15회) 같은 선수에 비해 김하성은 판정에서 오히려 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거창하게 세운 가설에 비해 결론이 싱거웠지만 김하성을 응원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결론이다. 앞으로 김하성 경기에 볼 판정이 이상하게 나오더라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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